늦은 2021년 회고
2개월이나 늦어버린 2021년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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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내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였던 거 같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고, 동시에 첫 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엔 자주 해보지 못했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질문거리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던 해였다.
타임라인
입사
작년 1월 채널코퍼레이션에 2021년 첫 번째 입사자로 입사했다. 출근 첫날 택시 창밖의 풍경이 떠오른다. 이른 시간 회사에 도착해서 자리 앞에 놓여있던 새 노트북과 모니터에 붙어있는 동료들의 환영 메시지 포스트잇을 보고 얼마나 좋았었는지 모른다. 그날부터 부푼 마음과 긴장감을 안고서 2주간의 온보딩 과정을 첫 번째로 듣게 되었다.
3개월 동안은 주어진 이슈들을 잘 처리하면서 팀이 일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는 기간이었다. 회사에서 자주 쓰는 표현으로는, 회사와 나의 핏(fit)을 맞춰나가는 기간이었다. 첫 릴리즈에 참여할 때 내가 작업한 영역에서 안드로이드 환경에서 키보드 이벤트가 예상한 대로 동작하지 않는 문제가 생겼던 기억이 난다. 정말 가슴 졸이며 핫픽스를 했었는데, 크로스 브라우징이 얼마나 섬세한(?) 문제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 소중한 경험이다. 그 외에도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모르는 부분이 어디인지 알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다행히 3개월 뒤 핏테스트가 잘 종료되었고, 팀에 정식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핏테스트가 종료되고 나서 리크루터분과 소감에 대해서 인터뷰했었는데, 정말 아무 말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말 그대로 잘 '포장'해서 글을 써주셨다. 회사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포스트가 올라갔는데, 그 포스트가 우리 팀 채용 공고에 링크되어 있다. 들어보니 지원자분들께서 많이 봐주시고 있는 거 같다.... 부끄럽지만 도움이 되어서 좋다.
기능 개발
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당연히) 여러 부분 기여하게 되었다. 처음엔 작은 화면들을 만들어나가면서 상태 관리 패턴과 뷰를 그리는 컨벤션에 익숙해졌다. 여름엔 통계 기능 개편을 맡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해당 TF의 리더가 되었다. 사실 TF라곤 하나 프론트엔드 나, 백엔드 한 분, 디자이너 한 분이어서 팀 사이즈는 굉장히 작았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 리더로서 기능이 잘 릴리즈 되게 하기 위해 회의를 열거나, 문서화를 하거나, 회고하거나 했던 경험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라이브러리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차트 구현 같은 경우는 보통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게 되는데, 디자인 시안과 맞게 라이브러리를 잘 수정해서 사용하는 게 도전과제였다.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구현 가능한 범위 내여서 디자인 의도대로 결과물이 잘 나오게 되었다.
디자인 시안이 피그마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차트의 인터랙션 디자인은 고려되어 있지 않았다. 구현 과정에서 차트간의 전환 인터랙션이 있으면 훨씬 멋질 거 같아, 먼저 구현해보고 디자이너에게 제안해볼 수 있었다.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라도 디자인적인 면에서 제품 디테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경험이었다. 오히려 디자이너가 아닌 프론트엔드 엔지니어이기에 챙겨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거 같다.
면접
가을부턴 주니어 면접에 참여하게 되었다. 정말 잘하시는 신입분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늘 '내가 면접을 해도 될까?' 생각하게 되는데,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는 거로 위안으로 삼는 중이다. 적어도 내가 질문하는 부분은 나도 잘 알고 있도록, 부끄럽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면접관의 입장이 되어보니 나를 외부(시장)에 어떤 식으로 어필해야 좋을지 느끼는 점도 많다.
- 이력서가 너무 길 필요는 없겠다. 가장 최근에 한 일이 가장 중요한 거 같다.
- 모르는 거는 확실히 모른다고 하자. 아는 척하는 건 다 티가 나게 되어있다. 무엇보다 이미지가 굉장히 안 좋아진다.
- 지식을 나만의 것으로 만든 경험이 중요한 거 같다.
- 위와 연결지어서 한 가지를 딥 다이브해본 경험이 잘 드러나면 가산점이 큰 거 같다. 그게 하나의 큰 영역일 수도 있으나(프로그래밍 언어, UI 프레임워크, 모듈 번들러 등), 사소한 거라도 괜찮다. 이 부분이 나만의 차별 포인트로 작용하게 되는 거 같다.
- 수치화를 하는 편이 좋다. 예를 들어 '개선했다' 보다는 '
XXms -> XXms로 감소했다' 의 임팩트가 훨씬 큰 거 같다.
디자인 시스템과 다크모드
최근엔 팀에서 만드는 오픈 소스 디자인 시스템 라이브러리에 주로 기여하고 있다. 아직 발전해나가는 과정이다. 작업하는 과정에 다른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들을 많이 살펴보는 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 가장 좋은 교재가 아닌가 싶다. 코드뿐만 아니라, 그들이 어떤 식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지, 이슈와 PR 등을 살펴보는 것도 참고할만한 포인트 같다. 현재는 베타 버전인데, 꾸준히 잘 만들어서 올해 안에 정식 버전으로 릴리즈하는 게 목표다. 잘 만들어진다면 우리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훨씬 편하게 만들 수 있을 거 같다.
가장 최근엔 다크모드를 릴리즈했다. 아직 베타 버전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완성도를 높여서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릴리즈가 잘 되면 회사 기술 블로그에 관련 글을 한 편 기고해볼 예정이다.
업무 외
독서
많이 못 했다. 개발 서적은 출근할 때 짬짬이 읽었는데, 개발 외 서적은 거의 읽지 못했던 거 같다. 읽은 개발 서적 중에선 <오브젝트>가 가장 좋았다. 요즘 프론트엔드 개발 환경에선 거의 타입스크립트를 사용하는데, 타입스크립트 자체가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을 지향하다 보니,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책이었다. <이펙티브 타입스크립트>도 타입스크립트를 사용하는 개발자라면 꼭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아쉽게도 CS 관련 독서(공부)는 거의 하지 못했다.
올해엔 개발 외적인 서적도 꾸준히 읽어보려고 한다. 개발자이기에 기술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오히려 기술적인 부분보다 그 외적인 부분들이 모여서 나를 대체 불가능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않나 생각한다.
운동
홈트레이닝을 꾸준히 했으나 생각보다 점진적 과부하를 주면서 이어나가진 못했다. 올해엔 홈트레이닝과 함께 클라이밍같은 생활 스포츠도 함께해볼 생각이다. 너무 집 - 회사 - 집 - 회사... 루틴의 반복이다 보니 다른 그룹의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했던 게 조금 아쉽다. 물론 코로나의 영향도 있지만.
마무리
일한 지 1년이 지났고, 개발은 아직 재밌다.
개발을 업으로 삼기 전, 그러니까 디자인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 취업을 준비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나를 이루는 다양한 키워드가 있겠지만, 업과 연관 지어보자면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무언가 만들고, 내가 만든 걸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행복해하는 사람' 인 거 같다. 어린 시절 그림 그리기를 참 좋아했었는데(그래서 디자이너가 되고자 했었고), 가족, 친구들이 내 그림을 좋아해 주고 재밌어했었던 게 내가 재미를 느낀 가장 큰 이유였었다. 아마 원시시대였으면 벽화를 그리거나 토기를 빚거나, 대장간을 하거나 하지 않았을까... 싶다. 개발이 아직 재밌는 건 프론트엔드 개발이 나의 이 원초적인 욕망을 잘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 아닐까. 아마 10년 뒤, 나는 개발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닐 확률이 더 높을 거 같다. 다만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일 거 같다는 확신은 든다.
내년 이루고자 하는 크고 구체적인 목표는 아직 없다.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작은 목표들은 몇 가지 있다. 가장 똑똑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배운 10가지 교훈 블로그 포스트를 얼마 전 읽게 되었는데, 작년 한 해를 보내며 내가 느낀 점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첫 번째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가장 와 닿았다. 개발자에게 있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엔 물론 일상적 대화도 포함되지만, 대부분은 "기술적인 글을 쓰거나" 와 "기술적인 이야기를 잘하거나",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이 능력들을 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기 훈련의 한 방법으로 올해엔 주기적으로, 한 달에 한 편 정도는 꾸준히 블로그 포스팅을 할 생각이다. 말하기 훈련은, 글쎄, 최대한 생각을 깊게 한 후에 말을 내뱉도록 버릇을 들여야겠다 정도로는 생각하는데 구체적인 액션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두번째로 '남김없이 공유하라' 는 부분이 공감이 간다. 종종 개발에 빠져있으면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개발 못지않게 내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는지 문서로 잘 정리해서 팀원들에게 잘 공유(홍보)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느낀다. 올해엔 의식적으로 더 신경 써야겠다.
끝으로 기술과는 별개로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친구로서, 무엇보다도 아들로서 작년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본다.
